<aside> 💡 매달 마지막 주에 구독자 여러분들께 전해드리고 있는 브릿지바이오 뉴스레터에서 새로운 코너를 선보입니다. 매달 브릿지바이오 필진을 선정하여 다양한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릴 예정이오니,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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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에게 좋은 병원이란?" : 브릿지바이오 이상윤 의학 총괄 책임 부사장 (Chief Medical Officer)

이번달 브릿지인사이드에서는 브릿지바이오의 의학 총괄 책임자로 함께 하고 계시는 이상윤 님의 기고를 소개해 드립니다. 내과 전문의인 이상윤 님은 브릿지에서 수행하고 있는 다양한 글로벌 임상에 대한 총괄을 비롯해 다양한 의학적 자문 역할을 수행하고 계십니다.

이번달 브릿지인사이드에서는 브릿지바이오의 의학 총괄 책임자로 함께 하고 계시는 이상윤 님의 기고를 소개해 드립니다. 내과 전문의인 이상윤 님은 브릿지에서 수행하고 있는 다양한 글로벌 임상에 대한 총괄을 비롯해 다양한 의학적 자문 역할을 수행하고 계십니다.

일반적으로 환자에게 좋은 병원이란 집에서 가깝고 친절한 병원입니다. 전국민 건강 보험 체제이므로 가격은 생각하지 말기로 합니다. 질병의 종류와 위중함에 따라서 환자에게 좋은 병원의 기준도 조금씩 바뀌는 것이 당연합니다. 성형 수술이나 미용 목적의 피부과, 안과, 치과 등의 진료를 제외하면, 환자가 질병을 스스로 선택하는 일은 없습니다. 그러므로 막상 환자가 되고 나면 좋은 병원을 스스로 선택하기란 굉장히 막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선 자기가 환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 보통이며, 질병을 재확인하고 스스로 그 진단을 받아들이는 데에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도 합니다. 어떤 질병은 발병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환자 본인이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있는 반면에, 대부분의 부상이나 감염 질환은 갑자기 발병하는 편이며, 중증 질환인 급성 심혈관 질환, 암 질환은 발병하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질병의 위중함이 주는 충격으로 인해 환자들이 받아 들이는 데에 특히 어려움을 겪는 일이 흔합니다. “내가 폐암 환자가 되는 것은 미리 예정된 일이었다” 라고 차분하게 대응하는 사람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입니다.     흔히들, 환자에게 좋은 병원이란 친절하고 모든 절차가 빠른 곳이라는 생각이 많이 퍼져 있는데, 실제로 큰 대학병원에서 근무해 본 저로서는 이 견해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잠깐 어원 (語原 Etymology) 공부를 하겠습니다.

한국, 일본, 중국 등 한자를 쓰는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일관되게 '病院' 이라는 어휘를 씁니다. 이 단어의 의미는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의문의 여지 없이 명백합니다. 질병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는 의미이며, 그래서 가족으로부터의 격리나 수용의 의미가 강합니다. 환자들을 위해서 의료인들이 같이 지내지만, 역시 격리되거나 수용됨을 암시합니다. 병원보다 작은 규모의 의료 기관을 지시하는 '醫院' 이라는 어휘도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의사가 간호사와 함께 근무하는 장소라는 뜻이며, 다른 기능이 있어야 할 필연성은 없습니다.

유럽 문화권에서 널리 쓰이는 'Hospital' 은 놀랍게도 'Hotel', 'Host' 와 어원이 같습니다. 라틴어 'HOSPITALIS (형용사 – 손님을 대접하는)' 가 공통의 어원이며, 더 올라가면 'HOSPES (명사 – 손님)' 이 궁극적인 어원입니다. 그래서 중세 십자군 시대에는 성당 기사단 (Templar Knights) 과 함께 병원 기사단 (Hospitaller Knights) 이 양대 세력이었습니다. 아마도 장거리 여행자들을 위한 호텔 및 병원 기능이 합쳐진 것이 유럽 문화권에서 말하는 Hospital 의 원래 의미였던 것 같습니다. 프랑스에서 오래된 도시마다 볼 수 있는 'Hotel Dieu' 는 “신의 호텔” 이란 의미로 읽히지만, 사실은 병원입니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바로 앞에 큰 구역을 차지하고 있는 건물군에 이런 이름이 붙어 있는데, 서기 661년에 창립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현재 운영 중인 병원이며, 파리 시내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프랑스 파리 시테섬에 위치한 '호텔 디외' – 뒤에 보이는 높은 건물은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사진 출처: Wikipedia)

▲프랑스 파리 시테섬에 위치한 '호텔 디외' – 뒤에 보이는 높은 건물은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사진 출처: Wikipedia)

똑같은 이름을 가진 시설이 부르고뉴 지방의 포도주 중심지인 본느 (Beaune) 에도 있는데, 역시 입원 환자를 받는 병원이었습니다. 일부 관광책에서는 “시약소” 로 적혀 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은 “약을 나눠 준다” 라는 의미이니 약을 제조하고 보관하고 분배하는 “약국” 에 더 가까운 것이며, 입원 환자를 받아서 식사와 숙소 및 진료까지 제공한다는 원래 의미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합니다. 파리의 호텔 디외는 지금도 병원이지만, 본느의 호텔 디외는 지금은 단지 관광지입니다. 아무래도 이런 아름다운 건물에서 사람들이 분주하게 일하는 모습은 상상하기 어렵네요. 환자들은 큰 방에서 가지런히 놓인 침대를 하나씩 제공받았으며, 부자 환자나 귀족들은 수행원들과 함께 개별로 큰 방을 제공받았을 것입니다. 여성 환자도 개인 병실을 쓰지 않았을까 추측합니다.

▲ 프랑스 본느 구시가지에 위치한 '호텔 디외'. (사진 출처: (좌) https://www.beaune-tourism.com(우) https://hospices-beaune.com/

▲ 프랑스 본느 구시가지에 위치한 '호텔 디외'. (사진 출처: (좌) https://www.beaune-tourism.com(우) https://hospices-beaune.com/

https://hospices-beaune.com/wp-content/uploads/2019/09/salle-povres-hotel-dieu-beaune.jpg

환자에게 친절한 병원은 환자가 스스로 결정해서 병원에 오는 경우, 즉, 성형 수술이나 미용 목적의 진료가 주업인 곳에서는 당연히 그래야 하며 그것이 가장 중요한 평가 요소일 것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병원 방문에 해당하는 “예상하지 못한 질병” 의 경우에는 치료 성적, 즉 최종적인 결과가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환자는 예상하지 못한 질병으로 인해 당연히 몹시 불안한 상태인데, 이 때는 불필요하게 친절한 의료진보다는 권위 있으면서 우왕좌왕하지 않고, 신속하고 단호하게 판단해서 유익한 결과를 생산해 내는 곳을 선호합니다. 구체적으로 예시를 하면, “당신은 다음과 같은 선택을 하실 수 있습니다. 1번 응급 수술, 2번 기다렸다 하는 수술, 3번 약물 투약 후 경과 관찰, … 각각의 경우에 예상되는 득과 실은 다음과 같으며, 각각에 대해서 비용은 얼마입니다…” 라는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을 해 주는 것이 경우에 따라서는 환자에게 몹시 불편하게 여겨질 수 있습니다. “지금 상황은 급성심근경색증이 확실합니다. 우리 병원에서는 이런 상황에 대한 경험이 일 년에 1,500 건 정도 되는데, 마침 응급으로 관상동맥조영술 및 풍선확장술을 할 수 있는 팀과 장비가 지금 준비되어 있네요. 지금은 토요일 밤 11시이므로 이 분야 최고 권위자인 교수님은 안 계시지만, 그 밑에 계시는 젊은 교수님이 당직을 서고 있습니다. 환자 분이 결심하시면, 바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라고 시원시원하게 말하고 결정까지 실질적인 부분은 다 해 주는 “권위적인 서비스” 가 더 훌륭하게 받아 들여질 수 있습니다.

암 환자들에게 좋은 병원이란 무엇일까요? 암 전문 기관들은 답을 마련해 놓았습니다. 임상 시험을 다양하게 많이 갖춰 놓으면서 개별 환자들을 가급적이면 임상 시험의 틀 안에서 진단하고 치료하는 병원이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암 환자에게 좋은 병원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